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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이 이안반사식 카메라의 렌즈 변천사 (2)

by 닭둘기º 2022. 2. 10.

Biometars, Xenotars and Planars

Paul Rudolph의 특허 원본에 나와있는 Planar 렌즈. 완벽한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다.

 

 소프트한 결과물로 혹평받던 f/2.8 Tessar가 장착된 롤라이플렉스 2.8A는 1951년 대체 제품 없이 생산이 종료된다. Franke & Heidecke가 그동안 찬사를 받아왔던 Tessar의 빠른 조리개 버젼에 대해 인내심을 잃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는 불과 6개월 후에 발매된 Carl Zeiss Jena Biometar가 장착된 롤라이플렉스 오토맷 -가장 희귀한 것으로 알려진 2.8B - 의 출시로도 확인할 수 있다. Biometar는 Franke & Heidecke에게 새로운 출발이나 다름 없었으며, 문제 해결의 키는 또다시 의심할 여지 없는 Paul Rudolph에게로 넘겨진다. 1817년 저명한 독일 수학자 J.F.K. Gauss(1777-1855)는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두 개의 반달모양의 유리(하나는 볼록렌즈, 하나는 오목렌즈)로 된 렌즈가 좋은 망원경 대물렌즈가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1880년대 미국의 Alvan Clark은 가우스 렌즈 한 쌍을 나란히 장착하면 카메라 렌즈로서의 잠재력이 있음을 알아내었고, Bausch & Lomb은 이러한 '이중 가우스' 렌즈를 일부 생산했지만 상업적 성공은 거의 달성하지 못하였다. 1896년 Paul Rudolph가 이중 가우스 렌즈 구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이후에 비로소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Rudolph는 먼저 내부의 오목 렌즈를 두껍게 하여 볼록 렌즈와의 공극(airspace)를 최소화한 다음, 두꺼워진 오목 렌즈를 굴절률은 같지만 분산률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접합 렌즈로 나누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Planar라고 이름붙인 훌륭한 f/4.5 렌즈가 탄생한다. 

 

 Planar의 가장 큰 장점은 대칭적인 구조에 있었는데, 조리개 뒤에 위치한 렌즈는 조리개 앞에 있는 렌즈 때문에 발생하는 코마 수차(광축에서 벗어난 곳의 한 점에서 진행해온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각 위치에 따라 적용되는 굴절률이 달라 한 점으로 초점이 맺히지 않고, 마치 혜성의 꼬리처럼 상이 맺히는 수차), 왜곡, 그리고 측면 색수차를 상쇄시킨다. 반면 (적어도 렌즈 코팅이 개발되기 이전의 몇 년 동안은) 공기와 접촉하는 유리의 표면의 수가 Planar의 경우 8개로 Tessar의 6개 보다 많았기 때문에 빛 투과율이 낮고, 플레어가 더 잘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Planar는 개발이 중단된 상태가 유지되다가, 1920년 Taylor Hobson의 H.W.Lee가 플린트 유리보다 굴절률이 높은 크라운 유리를 사용하여 비대칭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조리개를 f/2까지 개선한다. Lee의 렌즈 이후 다양한 제조사에서 제작한 일련의 6요소-이중 가우스 구조의 렌즈가 뒤이어 개발되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모두 완전한 대칭구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구조로 제작되었다. 6요소 Schneider Xeno, Zeiss Biotar, Leitz Summar 가 대표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되던 중, 후면 이중 렌즈를 구성하는 두 요소를 분리하고 오목렌즈를 중앙 조리개 부분에 오목한 반달모양으로 구부림으로써 6요소 렌즈의 후면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Rudolph의 처음 Planar 렌즈는 Biometar와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이 같은 새로운 구조의 렌즈는 5요소 가우스 렌즈로 알려지게 되었고, Zeiss Biometar가 그 중 하나이다. 

 

 1950년대 초반, 대부분의 사진가들에게 f/2.8 렌즈가 장착된 롤라이 이안리플렉스 카메라는 생소하였으며, 만약 f/2.8렌즈를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혹평을 받았던 80mm f/2.8 Tessar를 장착한 롤라이플렉스 2.8A였다. 따라서 1952년 12월 Franke & Heidecke가 80mm f/2.8 Schneider Xenotar가 장착된 롤라이플렉스 2.8C의 출시를 발표했을 때, 회사는 주저 없이 이 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라인의 첫 번째 모델이라는 것을 알리려 노력했다. 

 

 Xenotar는 Biometar와 마찬가지로 조리개 전면에 3요소가 있고 조리개 후면에 2요소가 배치된 5요소 가우스 설계를 따르고 있다. 「Amateur Photographer」 매거진의 리뷰에서 다소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모서리 부분에서 특히 개방 조리개를 사용하였을 때 Tessar나 Xenar보다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Xenotar 렌즈의 롤라이플렉스 2.8C가 발매된 지 15개월 후, 오버코헨 공장에서 생산된 80mm f/2.8 Carl Zeiss Planar도 준비가 되었다. 이 역시 5요소 가우스 렌즈 구조로 설계되었으나, 조리개 전면의 구성요소는 Xenotar와 차이를 보였다. Xenotar는 밀도가 높은 바륨 크라운 렌즈를 첫번째, 두번째와 다섯번째에 배치한 반면, Planar는 두번째, 세번째와 다섯번째에 배치했다. 이처럼 80mm f/2.8 Tessar를 Biometar로 교체하고, Biometar를 Xenotar와 Planar로 개선시킨 것에서 Franke & Heidecke가 당시 경쟁하고 있던 Hasselblad에 맞서 고급 2.8 라인의 렌즈에 관심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3.5 라인에서 최초로 5요소 가우스 렌즈인 Planar를 장착한 롤라이플렉스 3.5E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3.5 라인 생산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으며, Schneider Xenar와 Zeiss-Opton Tessar로 지속되었다. 유일한 변경사항은 1954년 Zeiss-Opton Tessar가 Carl Zeiss Tessar로 변경된 것 뿐이었다. 1956년 10월 3.5E가 등장하면서 이전까지 유지했던 4요소의 Xenar와 Tessar 구조를 버리고, 5요소 가우스렌즈 - 75mm f/3.5 Carl Zeiss와 75mm f/3.5 Schneider Xenotar 렌즈를 장착하게 된다. Planar가 먼저 장착되기 시작했으며 약 6개월 후에 Xenotar가 뒤를 이었다. 3.5E에서 Planar는 시리얼 번호 1,740,000 이후에 해당하며, Xenotar는 시리얼 번호 1,850,000 이후에 해당한다. 

 

란탄 유리로 만든 개선된 설계의 Carl Zeiss Tessr를 장착한 롤라이플렉스 T

 

 3.5 라인과 2.8 라인 모두 5요소 가우스 렌즈를 채택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는 저렴한 롤라이코드와 롤라이플렉스의 구분이 더 명확해졌다. 초창기부터 고급의 롤라이플렉스와 보다 저렴한 롤라이코드의 이원화 정책은 지속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롤라이플렉스와 롤라이코드 모두 Xenar 렌즈의 등장과 함께 어느 정도 타협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3.5 Automat와 롤라이코드의 중간 정도에 가격이 책정된 롤라이 카메라를 출시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는 롤라이플렉스 3.5 Automat 라인의 렌즈를 업그레이드를 결정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중간 포지션의 카메라에는 3.5 Automat이나 롤라이코드 라인과는 차별되는 렌즈가 필요했다. 물론 그 카메라는 앞서 언급한 Carl Zeiss Tessar가 장착된 롤라이플렉스 T로 밝혀졌다.

 

5요소 가우스 렌즈 설계는 불과 4년만에 6요소 가우스 렌즈로 업그레이드 된다.

 

 렌즈의 역사가 가장 복잡한 것은 롤라이플렉스 3.5F 모델이다. 3.5F 모델은 1958년 12월 출시 당시부터 3.5E에서 채택되었던 75mm f/3.5 Carl Zeiss Planar 렌즈와 75mm f/3.5 Schneider Xenotar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두 종류의 렌즈 중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쪽은 Planar 였으므로, 이 시기에 생산된 3.5F 중에 Xenotar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은 1960년 11월, 시리얼 번호 2,250,000으로 시작하는 재설계된 3.5F(K.4F)가 도착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K.4F 모델부터는 5요소 Planar 및 Xenotar 는 새로운 6요소 렌즈 버전으로 대체되었다(생산 초기 일부 카메라에서는 5요소 Xenotar도 있음). 6요소 렌즈로 전환하게 된 이유는 특히 주변 영역의 선명도와 컨트라스트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어쨌든 이번에도 Planar가 더 일반적이었으며, 두 종류의 6요소 가우스 렌즈는 Xenotar가 철수하는 1964년(정확하지는 않음)까지 3.5F에 장착되었다. 그 후 약 9년 동안 3.5F에는 6요소 Planar만 장착되었다. 그러나 Xenotar의 생명이 다 한 것은 아니었다. 1973년, 3.5F 시리얼 번호 2,851,000부터 6요소 Planar는 6요소 Xenotar로 대체되었다. 

 

 5요소 75mm f/3.5 Planar와 Xenotar는 처음 등장한 지 불과 4년 만에 6요소 렌즈로 대체되었다. 반면 80mm f/2.8 Planar와 Xenotar는 커버하는 영역이 75mm에 비해 약간 작았으므로, 롤라이플렉스 2.8C의 첫 등장에서부터 1980년대 초 2.8F의 단종까지 동일한 기본 5요소 디자인을 유지했다. 다른 모든 면에서 2.8F의 80mm f/2.8 Planar 또는 Xenotar를 사용하는 것은 3.5F에서 75mm f/3.5 Planar 또는 Xenotar를 사용하는 것과 거의 비슷했다. 2.8F의 초기 구매자는 Planar와 Xenotar 중에 렌즈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Planar가 더 선호되었다. 그리고 3.5 렌즈와 마찬가지로 Xenotar는 1964년(또는 그 무렵) 철수했으며, Planar가 1973년 철수하자 그 자리는 다시 Xenotar가 메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