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필터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기
필터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비용적인 면이나 실용적인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필터를 구입하기에 앞서, 현재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향후 몇 년간 어떤 장비를 새로 사용하게 될 지에 대한 전체적인 비전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에 맞는 하나의 필터 시스템을 구입해야 한다. 필요한 모든 필터를 구입하면 브랜드와 규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50만원 ~ 수백만원까지의 꽤 큰 금액이 들기 때문에, 이를 중복해서 구입하는 것은 매우 불필요한 낭비가 될 것이다.
필터 시스템을 마련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광각 렌즈(또는 가장 큰 필터 스레드)에 맞는 것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터의 넓이(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예를 들어 필터 홀더가 77mm 링으로 장착이 된다고 하더라도, 광각 렌즈에서는 이미지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SLR 카메라용으로 제작된 역초점(Retro-Focus) 광각렌즈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35mm 카메라에 16mm 렌즈를 사용한다면, 그에 맞는 엄청나게 크고 비싼 필터 시스템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미 필터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된 상태라면, 새로운 렌즈의 구입은 신중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필터 홀더의 경우 다양한 크기가 있지만, 운좋게도 여러 브랜드에서 홀더를 구매할 때 몇 가지 선택사항을 제공하기 위해 몇 가지의 크기를 표준 규격으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필터 규격은 84mm와 100mm 너비가 있다. 만약 거대한 광각렌즈가 있다면 훨씬 더 큰 크기도 사용할 수 있지만, 보통 위의 두가지가 일반적인 필름 사진가에게 적합하다. 나는 Cokin P 84mm 필터 시스템을 내 모든 렌즈에 맞도록 선택했다. 대형 판형의 렌즈는 생각보다 작고, 아담한 경우가 많다. 이보다 더 큰 렌즈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100mm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84mm 키트와 100mm 키트는 가격 차이가 꽤 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Formatt-Hitech의 2스탑 GND 필터는 84mm 가 26달러, 100mm 너비가 80 달러이다. 워밍 필터와 비싼 CPL 필터까지, 모든 종류의 필터에서 이 정도 수준의 가격 차이가 날 것이다. 필터 시스템을 일단 구축하고 나면, 렌즈의 구경이나 크기를 필터 시스템에 맞춰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 나사식 원형 필터
나사식 원형 필터는 렌즈의 필터 스레드에 회전시켜 장착시켜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렌즈 구경에 맞춰 판매되고 있다. 만약 모든 렌즈가 동일한 필터 구경을 사용하거나, 한 번에 하나의 필터만 사용할 계획일 때에는 나사식 원형 필터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만약 한 대의 카메라에 하나의 렌즈만 사용하여 흑백 필름을 찍는다면, 흑백용 컨트라스트 필터(옐로우, 오렌지, 레드 등)을 나사식 원형 필터로 사용한다면 매우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색상 보정 필터를 사용할 때에도 유용하다. 나사식 원형 필터는 일반적으로 쉽게 스크래치가 나지 않는 유리로 제조된다. 또한 구경이 아주 커지거나, 다중 코팅이 되어 있지 않다면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이러한 나사식 원형 필터는 한 번에 하나씩의 필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유용하지만, 두 개 이상의 필터를 사용해야 하거나, 가지고 있는 렌즈의 구경이 제각각일 경우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결정적으로 점진적 중성 농도(GND : Gradation Neutral Density) 필터의 농도가 짙어지는 부분은 촬영하려는 장면에 맞춰 조절을 해야하는 데, 원형 필터로 제작된 GND 필터의 경우 이 부분이 항상 중앙 부분에 고정되어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나사식 원형 필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Mamiya 6에 워밍필터를 사용할 때(렌즈 캡을 씌워 고정 가능하여 매우 편리함)와 CPL 필터 뿐이다. 만약 나사식 원형 필터를 구입하려 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렌즈의 구경에 맞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동일한 필터를 중복하여 구입하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
3. 사각 필터 및 필터 시스템
사각 필터는 하나 이상의 필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GND 필터의 위치를 직접 조정해야 하는 풍경사진작가에게 매우 유용하다. 물론 사각 필터 시스템으로도 워밍 필터나 컨트라스트 조절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필터 홀더는 다른 필터와는 별도로 회전하는 원형 스레드를 추가로 덧붙일 수 있어 CPL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몇몇 필터 업체에서 제작하는 필터 홀더는 규격이 같다면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과 호환해서 사용할 수 있다. 즉, 모든 필터를 반드시 같은 브랜드에서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나는 Cokin P 홀더를 주로 사용하지만, 정작 필터는 Cokin의 제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으며, 그 이유는 이어지는 글에서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나는 대중적이고 저렴한 Cokin P 홀더를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Cokin P 시스템과 공유되는 84mm 규격의 다른 브랜드 필터 품질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4. 레진(Resin, 수지) 필터와 유리(Glass) 필터
레진 필터는 기본적으로 색을 입히거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광학적으로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필터이다. 약간은 탄성이 있어 유연하고, 유리와 달리 쉽게 깨지지 않는다. 가격도 유리 필터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하지만, 긁혀서 상처가 나기 쉽다. 하지만 흠집이 없거나 깨끗하다면 유리 필터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선명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긁혀서 상처가 많다면 태양을 마주보고 찍을 때 플레어(Flare : 렌즈에 정규 굴절 이외의 광선이 들어와 영상이 부옇게 되거나 둥근 흰 반점이 나타나는 현상)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유리 필터는 깨지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GND 및 색상교정 필터를 모두 레진 제품으로 구입했다. 내 CPL 필터의 경우 유리 제품이긴 하지만, 원형 금속 테두리가 있기 때문에 깨질 위험은 없다. 레진 필터는 수년간 사용하다보면 긁혀서 광학 품질이 떨어지고, 태양을 마주봤을 때 플레어가 생길 수 있다. 나는 GND 필터를 일종의 소모품으로 생각하여, 몇 년 주기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필터는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해야 할까?
소수의 브랜드 제품만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상당히 다양한 브랜드에서 필터 시스템을 판매중이다. 가격대도 다양하며, 품질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물품을 구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저렴한 필터는 성능이나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예를 들어 중립 밀도 (Neutral Density) 필터의 경우 중립적인 색상이 중요한데, 일부 저품질의 필터는 이미지에 원하지 않는 컬러 캐스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Cokin의 초창기 레진 필터는 이러한 컬러 캐스트로 악명이 높았다. 사실 Cokin은 자사의 제품을 'Neutral' 이 아닌 'Grey'로 명명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발매중인 Nuiance 라인업은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상당히 고품질로 만들어졌으며, 가격도 상당하다. 저렴한 필터는 초보자들을 유혹하기는 쉽지만, 슬라이드 필름과 함께 사용해보면 엄청난 컬러 캐스트 때문에 좌절하게 될 것이다. CPL 필터도 저렴하고 형편 없이 만들어진 것은 물결 무늬의 무지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값이 가장 싼 필터는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면, 흑백용 컨트라스트 필터 정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의 제품들로 구입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사실 필터 브랜드 선택은 예산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되도록이면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기에, Formatt-Hitech의 제품들이 처음 나왔을 때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브랜드의 GND 필터는 '진정한' 중립 밀도였으며, Cokin P 홀더에도 호환되는 규격으로 발매되었으며, 슬라이드 필름으로 테스트 해봤을 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한 다양한 색상 보정 필터도 선택할 수 있었다. Lee Filters, Singh-Ray 와 같은 전통의 고급 필터 브랜드를 비롯해 최근 시장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중국산 브랜드도 모두 훌륭한 수준의 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필터의 구경이나 크기가 커질 경우, 널리 인정받은 브랜드의 제품을 사는 것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나는 Cokin P 홀더에 맞는 규격의 Singh-Ray의 Reverse GND 필터와 CPL 필터를 사용 중이다. 다시 말하지만 전체 필터 키트를 꼭 하나의 브랜드로 맞출 필요는 없고, 필요나 예산에 따라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혼용해서 쓰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예산을 아낄 수 있는 작은 팁
광각렌즈 때문에 추가로 100mm 이상의 대형 필터 시스템에 또 다른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 대형 렌즈 75mm는 135 포맷에서의 20mm에 해당하는데, Cokin P 필터 홀더를 사용하면 이미지에 비네팅이 생기는데, 이는 어댑터 링이 장착된 홀더가 렌즈에서 수 밀리리터 만큼 떨어진 곳에 위치하도록 설계되었기 떄문이다. 나는 줄을 이용해 세번째 필터 슬롯을 갈아낸 다음, 두 개의 작은 나사를 사용하여 어댑터 링 없이 렌즈 홀더를 고정할 수 있는 고무밴드를 걸어놓았다. 이렇게 사용하면 홀더를 렌즈에 훨씬 가깝게 밀착시킬 수 있고, 비네팅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Cokin P 홀더는 이 글을 쓰는 시점(2023.12)에서 약 2만원대로 매우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필터를 개조하는 데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나는 현재도 파노라마 카메라용으로 비슷하게 만든 홀더를 애용하고 있다. 나는 만약에 고무줄이 삭아서 끊어질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고무줄 몇개만 더 여분으로 가지고 다닌다. 이것은 사용자가 필터 사용을 위해 할 수 있는 수많은 개조 중에 한 예시일 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예산을 절약할 수도 있고, 매우 간편하게 필터를 사용할 수도 있다.
'learn_photogra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간 사진 : I. 야간 사진의 역사 (0) | 2024.11.21 |
---|---|
풍경사진의 예술, 과학과 기술 : X. 매력적인 풍경사진의 심리학 (0) | 2024.11.20 |
풍경사진의 예술, 과학과 기술 : I. 쉬워보이는 풍경 사진 (0) | 2024.10.14 |
B&W Editing in Lightroom : IV. 나의 사진 철학 (0) | 2024.09.22 |
Capture the Magic : III. 선 (0) | 2024.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