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매력적인 풍경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the Compelling Landscape)
어떤 사진가는 순전히 자기 만족을 위해 사진을 찍는다. 또 어떤 사진가는 친구나 가족들로부터 받는 찬사를 성공의 기준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풍경 사진작가에게 성공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작품이 얼마나 팔리느냐이다. 자신만의 만족하는 방법으로 시각적 정점 경험을 포착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는 더 많은 감상자에게 어필하는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경험이 많은 노련한 사진가조차도 어떤 사진이 감상자에게 진정으로 공감을 일으킬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감상자의 심리학을 이해하면, 전문가나 아마추어 모두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1994년에 콜로라도의 풍경 프린트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양한 갤러리와 기념품 가게에서 액자와 프린트를 판매하여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매년 가을,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대비하여 전년도 작업을 되돌아보고,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판매할 지 결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미지가 팔릴지 예측하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보통 나의 새로운 이미지 중에 절반은 팔리지 않고, 절반 정도만 성공했다. 어느 해에는 이웃과 아내의 동료와 포커스 그룹(focus group / 시장 조사나 여론 조사를 위해 각 계층을 대표하도록 뽑은 소수의 사람들로 이뤄진 그룹)을 진행하여 이 처참한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이 사람들은 내 작업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데, 베스트셀러와 새로운 이미지를 섞어서 내놓았고 구매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미지에 따라 순위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새 이미지가 기존의 인기 이미지와 같은 순위를 차지하면 자신있게 새 이미지가 팔려나가고, 돈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나의 베스트셀러 사진들이 의외로 낮은 순위를 받았던 것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포커스 그룹의 결과에 의존하여 어떤 이미지가 성공할지는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현대 심리학에 의하면 무의식은 우리의 선호도와 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의식은 무의식이 이미 내린 결정에 대해 합리화를 할 뿐인 경우가 많다. 무의식의 힘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광고 연구원 브루스 홀(Bruce Hall)이 나의 사진을 사용하여 진행한 연구에서도 증명되었다. 홀은 프린트로 판매된 콜로라도 풍경 사진들을 모았다. 이 중 일부는 성공했고, 일부는 실패했다. 홀은 이를 동료 그룹에게 보여주고, 선호도 순서대로 이미지의 순위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을 감상하는 동안 홀은 심박수와 피부 전도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감정적 각성과 몰입에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일부 사람들은 콜로라도 풍경 사진들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적당한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관심 수준에 관계없이 테스트 대상 인원들이 어떤 이미지가 팔릴지 예측한 가능성(또는 예측하지 못할 가능성)이 거의 비슷했다. 사실, 판매 변화의 1/3만이 테스트 그룹의 명시된 선호도에 따라 설명할 수 있었다.
심박수와 피부 전도도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는 더욱 흥미로웠다. 풍경 사진 카테고리에 관심이 없는 대상의 경우, 생리적 측정과 판매 간에 거의 상관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 테스트 대상 인원에게는 무의식적인 감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이러한 생리적 특성과, 특정 프린트가 얼마나 잘 팔렸는지 간에 상당한 상관 관계가 있었다. 홀은 그의 저서 [광고는 어떻게 (때로는) 작동하는가(How Advertising (Sometimes) Works)]에서 '이것이 왜 중요할까? 이는 응답자의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데 있어서 관련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자극이 그들에게 관련이 없다면, 소비자는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의미있는 지각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더 광범위하게, 홀은 프린트 판매에서 의사 결정 과정의 약 2/3이 무의식 과정에 의해 주도된다고 결론지었다. 그런 다음 전설적인 광고업자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한다.
'소비자는 자기가 말한 대로 행동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않으며, 느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풍경 사진과 진화
무의식이 풍경 사진의 선호도를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라면, 무의식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여기에 대한 유력한 가능성 중 하나는 인간의 진화(evolution)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다른 포유류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음식과 물이 있어야 하며, 폭풍, 혹독한 추위나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곳이 필요하다. 또한 포식자와 적으로부터 피난처가 필요하다. 이러한 음식과 물, 피난처를 찾으려면 환경을 탐험해야만 한다.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동아프리카 평원에서 인류가 진화하면서 부터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거의 모든 동물은 선호하는 서식지가 있다. 사실, 많은 동물은 한 가지 유형의 서식지에만 적응하고 그 서식지가 사라지면 멸종되고 만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선호하는 서식지가 있을까?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현재 인간은 남미의 열대지방부터 남극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선호하는 서식지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 분야의 연구자들 중 일부는 우리가 여전히 선호하는 서식지가 있으며, 진화적 의미에서는 그러한 선호도가 사라질 만큼 오래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제 겨우 청동기 시대 이후로 125세대, 석기 시대 이후로 250세대가 지났을 뿐이다. 우리가 인류의 조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초의 생물은 나무에서 내려와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에 땅에서 살기 시작한 원숭이와 비슷한 생물이었다. 우리는 동아프리카 평원에서 80,000세대 동안 진화했다. 더 이상 매일 저녁을 사냥하면서 동시에 포식자와 적을 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모든 본능, 취향, 필요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뉴질랜드 철학자 데니스 더튼(Denis Dutton)은 그의 저서 [예술 본능(The Art Instinct)]에서 J. B. S. 홀데인(Haldane)이 1927년에 한 계산을 인용한다.
'대체 대립 유전자보다 평균 1% 더 많은 자손을 낳는 (유전적) 변이는 단 4,000세대 만에 개체군의 0.1%에서 99.9%로 빈도가 증가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욕구를 더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풍경에 대한 작은 선호도조차도 사실상 전체 개체군의 유전자에 쉽게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선호도는 모든 사람이 본능적으로 선호하는 곳에 살 수 없다 하더라도 여전히 유전자속에 남아 있다.
더튼은 뉴질랜드에 유입된 유럽 비둘기는 200세대가 지난 지금도 본능적으로 뱀을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뉴질랜드에는 뱀이 살지 않고, 앞으로도 살게 될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어느날 콜로라도 남동부의 사진 촬영 장소로 하이킹을 하던 방울뱀이 경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후다닥 일어났지만, 사실 실제 방울뱀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그 뱀의 길이는 겨우 50cm 정도에 불과했다. 내 아내와 딸은 거미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증이 있지만, 실제로 거미에게 물려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인간은 우리가 인정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더 진화된 과거의 생물이다. 이 사실이 풍경에 대한 감상과, 풍경 사진에 대한 감상 측면에서 암시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국 헐 대학교의 지리학자인 제이 애플턴(Jay Appleton)은 [풍경의 경험(The Experience of Landscape)]이라는 저서에서 우리가 어떤 유형의 풍경을 아름답게 여기는지에 대한 진화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그의 생각은 서식지 이론(habitat theory), 전망 피난처 이론(prospectrefuge theory), 사바나 가설(savanna hypothesis)의 세 가지 이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식지 이론은 우리가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풍경을 좋아한다고 가정한다. 전망 피난처 이론은 애플턴의 용어를 사용하여 전망이 있는 풍경을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전망 피난처 이론에서의 전망은 주로 높은 곳에서 널리 바라볼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또한 포식자를 피하고, 적으로부터 숨고, 심한 날씨로부터 피난처를 찾아야 하므로 잠재적 피난처를 제공하는 풍경을 선호한다. 사바나 가설은 우리가 진화한 동아프리카 평야와 비슷한 풍경을 선호한다고 주장한다. 진화가 이루어지던 그 시점에서 사바나는 오늘날의 동아프리카보다 훨씬 더 습한 지역이었다.
워싱턴 대학교 생물학 명예교수인 고든 H. 오리언스(Gordon H. Orians)는 우리가 진화한 사바나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이상적인 인간 서식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덤불과 나무 무리가 섞인 낮은 풀밭의 열린 공간
• 물이 바로 보이거나, 근처 또는 멀리에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
• 적어도 한 방향으로 지평선을 방해받지 않고 볼 수 있는 탁트인 전망
• 동물이나 생명의 증거
• 꽃과 열매를 맺는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녹지
인간은 완전히 열린 평평한 초원에는 덜 끌리고 적당히 구릉이 많은 지형을 더 선호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언덕 꼭대기까지 하이킹을 하고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볼 수 있는 풍경을 좋아하거나, 땅의 지형을 직접 보여주는 높은 곳에서 찍은 풍경 사진을 좋아한다. 지평선을 포함하면 공간에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어 더욱 매력적으로 느낀다. 우리는 또한 탐험을 유도하는 풍경을 좋아하는데, 우리가 프레임 안으로 바로 들어가 개울이나 호수의 풀밭 기슭을 따라 산책하거나 굽은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고 느끼는 풍경이 바로 그러한 종류다. 우리는 갈색이고 건조한 사바나보다는 푸른 사바나를 선호한다. 미시간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스티븐과 레이첼 카플란(Stephen and Rachel Kaplan)은 가장 바람직한 풍경은 적당한 복잡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뚫을 수 없는 숲과 정글과 같은 극도로 복잡한 풍경은 초원과 같은 완전히 단순한 풍경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만약 녹지가 그렇게 인기가 있다면, 사막에서는 촬영하지 말아야 할까? 피닉스 주민들의 집 주변 조경에 대한 선호도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모두 사막 풍경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 선택권이 주어지면 대부분은 건식 조경(xeriscaping / 물이 잘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조경이나 정원 가꾸기)보다 푸른 잔디밭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살기 좋은 작은 오아시스를 만드는 생각을 좋아했다. 최고로 꼽히는 사막 사진 중 다수는 희귀한 봄꽃이나 약간의 물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확실히 해가 떠 있는 동안의 대부분의 사막의 모습과는 다른 장면이다. 더튼에 따르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땅의 비옥함을 증명하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식물이 풍부하고 잠재적인 피난처가 충분한, 무성하고 푸른 풍경을 선호한다. 그에 비해 남성은 광활하게 전망이 트여있고, 탐험을 유도하며 풍부한 사냥터처럼 보이는 풍경을 선호한다.
카플란은 또한 우리가 풍경에 신비의 요소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를 '장면 속으로 더 깊이 여행하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느낌으로 정의한다. 나는 우리가 신비로운 것을 좋아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의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생각해 내는 것이 가장 쉬운데, 얼굴과 주변 환경만 살펴봐도 그들의 시련과 극복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가 구름이나 안개로 반쯤 가려진 봉우리나 협곡이 보이는 풍경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전망-피난처 이론은 이미지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는 나무나 바위 기둥과 같은 두 개의 전경 요소를 프레임의 양쪽에 배치하고 그 사이에 더 먼 풍경을 보여주는 프레임 안의 프레임 구성의 지속적인 매력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프레이밍 요소는 감상자를 부분적으로 숨기고 잠재적인 적과 포식자에게 발견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여전히 먼 곳을 볼 수 있다. 프레임 안의 프레임 구성은 감상자를 주변보다 어느 정도 높은 곳에 배치하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더튼이 언급했듯이, '인간은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을 좋아하고 동시에 피난처의 감각을 좋아한다. 산 중턱의 동굴, 어린이의 나무 위 집, 언덕 위의 집, 왕의 성, 펜트하우스 아파트, 전망이 좋은 방은 매력적인 상황입니다(사실,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주택을 위한 고지대 부동산이 더 비싸다). ' 더튼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회화 역사상 대부분의 풍경 표현은 감상자의 시선을 유리한 지점(예: 일반적으로 계곡을 내려다보는 절벽 가장자리)에 두거나, 지면 높이라면 키가 180cm인 사람에게 딱 맞을 위치보다 약간 더 높은 곳에 둔다.'
사람들은 높은 전망대를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진작가는 산을 전망의 상징으로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정상에 오를 필요는 없다. 프레임에 산을 포함하기만 해도 정상에 올라 끝없이 이어지는 전망을 즐기는 자신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의 감각은 다른 방식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맑은 공기와 먼 지평선이 결합되면 탁 트인 전망이 만들어진다. 애플턴의 용어를 사용하면 긴 '페치(fetch)'가 되어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 지 추측하게 된다. 이러한 긴 전망은 시선을 끄는 경향이 있고, 이는 감상자의 시선을 프레임 주변으로 안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할 수 있다. 항공 사진은 전망에 대한 극단적인 감각을 줄 수 있지만, 그 댓가로 아래로 보이는 풍경 속에 들어간다는 감각은 희생된다.
피난처는 피난할 위험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지 않으면서 위험에 가까이 다가가는 스릴을 좋아한다. 아이들조차도 약간 무서운 어떤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우리는 굉음을 울리는 폭포 가장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매서운 날씨가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피난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장면이 포함된 사진은 지속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절벽, 가파른 봉우리, 큰 파도, 강력한 급류, 깊은 틈은 모두에게 통용되는 위험의 신호이다. 반면에 그림자는 모호하다. 위협을 숨기는 것처럼 보이면 위험하다는 기호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감상자가 숨을 수 있는 장소처럼 보인다면 피난처의 기호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풍경 사진에서 강력한 위험 기호와 강력한 피난처 기호를 짝지으면 성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전 세계 사람들의 취향이 다르지 않은가? 일본식 정원과 영국식 정원은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분명 이는 사실이지만, 애플턴에 따르면 이것이 그의 가설을 반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취향은 타고난 욕망을 만족시키는 특정 방법에 대한 습득된 선호도' 라고 언급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미지의 유형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1993년, 미국에 거주하던 소련 예술가 비탈리 코마르(Vitaly Komar) 와 알렉산더 멜라미드(Alexander Melamid)는 전 지구적으로 회화에 대한 선호도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보조금을 받았다. 더튼은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나무와 열린 공간, 물, 인물, 동물이 있는 풍경과 같은 동일한 일반적인 유형의 그림 표현을 선호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 사람들이 상당히 균일한 유형의 풍경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케냐인들은 케냐의 현재 식물과 지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뉴욕 북부와 더 비슷한 풍경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전 세계 달력 산업의 영향으로 일축하기도 하지만, 더튼은 진화의 손길이 작용했다고 보았다. 그의 서식지 이론과 그 추론은 이를 잘 요약하고 있다.
'플라이스토세에서 서식지 선택은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진화적으로 보았을 때 풍경에 감정적으로 무관심하다는 것은 뱀이나 위험한 절벽, 독성이 있는 음식에 대해 무관심하다거나, 성(性) 아기,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에 무관심하다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하다.'
문화와 창의성에 관하여
나는 진화론이 풍경 사진에서 우리의 모든 무의식적 선호를 설명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문화는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세 시대에는 황무지가 두려워하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식민지 시대의 미국에서는 황무지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었고, 보통 모든 나무를 베어내고 그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했다. 황무지를 아름답고 영혼을 회복시켜주는 것으로 여기는 새로운 인식은 지난 100년 사이에 대중 문화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오늘날 황무지를 온화하고 반가운 모습으로 묘사한 사진은 매력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다른 이유로 풍경사진을 감상하기도 한다. 어떤 풍경 사진들은 그래픽 디자인의 형식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우리는 최상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을 좋아한다. 가장 붉은 일몰, 엄청나게 내린 폭설, 가장 광활해보이는 야생화 들판, 가장 풍부한 가을 색상 등. 하지만 풍경사진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최상의 것을 구현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또한 우리가 전에 본적이 없는 풍경을 담은 사진들도 소중히 여긴다. 이 시점에서 내 인생에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를 일은 없을테니,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 할지라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또한 상징적인 풍경 사진, 예를 들어 복잡한 전체를 요약한 단일 이미지를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우리는 창의적인 풍경 사진을 좋아한다.
단순히 다른 사진과 진정으로 창의적인 사진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다르기는 쉽지만, 창의적인 것은 어렵다. 단순히 다른 이미지는 보는 사람에게 이상하거나 당혹스럽게 보이지만, 창의적인 이미지는 보는 사람에게 훨씬 더 큰 인상을 준다. 브루스 홀은 그의 저서에서 창의성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렸는데, 나에게는 이것이 진실에 가깝게 보인다.
'창의성은 겉보기에 관련 없는 아이디어가 새롭고 논리적이며 갑자기 분명한 방식으로 충돌하고 결합될 때 발생하는 연결이다. 종종 풍부한 경험과 지식의 정신적 데이터 뱅크를 가진 사람이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이질적인 뇌 영역에 겉보기에 무관해 보이는 지식과 데이터를 공유할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면, 그 누구도 한 번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연결이 생겨 이전에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에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내가 인상깊었던 점은 창의성이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대신, 누군가의 머릿속에 이미 저장된 수많은 정보 조각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 때 창의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풍경 사진의 여러 요소에 대한 깊고 광범위한 지식을 전수하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기술과 방법을 제시하는 대신, 무엇인가가 왜 작동하거나 사실인지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단지 기술과 방법만이 아니라, 그것이 왜 작동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절차나 원리를 이해하기 쉽다고 믿는다. 또한 무언가가 작동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 창의성을 촉진한다고 믿는다. 이유를 이해하면 겉보기에 무관해 보이는 사실과 아이디어 사이의 연결을 더 쉽게 시각화할 수 있다. 또한 많은 가능성을 시각화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창의적인 것을 찾아낼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당신은 정말로 훌륭한 풍경 사진의 예술, 과학, 기술을 완벽하게 터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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