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풍경 사진을 아름답게 찍고 싶다면
마이클 케나 사진전 '건축을 넘어서(Beyond Architecture), 공근혜갤러리
조인원 기자
창작의 순간 28.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의 풍경사진論
국내에서 솔섬 사진으로 유명한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는 그림 같은 풍경만 찾아다니는 사진가로 알려져 있지만 평범한 것도 많다.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최근 열리고 있는 케나의 전시 ‘건축을 넘어서(Beyond Architecture. -2월 15일까지)’를 보면 누구나 이런 의문이 든다. ‘나도 많이 본 풍경인데 어떻게 찍은 걸까?‘라고. 서울 올림픽대교, 눈 내린 오대산 월정사의 나무 한그루, 전남 신안의 김 양식장 등. 흑백 사진의 생략된 디테일이 간결한 조형미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이 외에도 일본 홋카이도, 이태리 베니스,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걸려 있다. 중형 필름카메라로 촬영하고 암실에서 흑백사진을 직접 종이에 프린트하는 케나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진 스타일을 50년째 고수하고 있다. 커다란 디지털 사진 전시에 익숙한 사람들은 ‘사진이 왜 이렇게 작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진가는 자신의 사진을 감상하기엔 충분한 크기라고 했다.
해마다 방한해서 전시와 사진 작업도 계속하는 케나는 현재 제주도의 한 사찰에서 촬영 중에 있다. 그래서 사진작업에 관해 이메일로 묻고 답을 받았다. 다음은 마이클 케나가 알려주는 흑백 사진 작업에 관한 문답이다.
Q : 사진가는 익숙한 장면을 카메라로 다르게 표현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사진의 주제를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A: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익숙한 장면이나 낯선 장면 모두 무한한 가능성으로 촬영하고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50년 이상 사진을 찍어왔고, 그동안 저의 주제 선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풍경, 건축물, 산업, 정물, 인체 연구, 집단 수용소 등 40개국 이상에서 다양한 주제를 촬영해왔습니다. 저는 사진 촬영 과정을 친근한 대화와 비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대화가 몇 분, 몇 시간, 몇 년, 아니면 평생 지속될지 알 수 없듯이 사진도 그와 비슷합니다.
왜 특정 주제를 촬영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유전, 어린 시절의 경험, 개인적인 성향, 맺어진 인연, 받은 의뢰 등 많은 요소들이 결합되어 선택이 이루어집니다. 그 이유는 끝이 없습니다. 또한, 어떤 프로젝트는 사진가가 선택하지만 때로는 그 프로젝트가 사진가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모퉁이에서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런 상태가 더 좋습니다.
Q : 흑백 인화 과정에서 구조적인 간결함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A : 암실 작업은 피아노 연주와 비교되곤 합니다. 기본적인 것들을 익히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피아노를 잘 치거나, 사진을 찍고 최고 수준의 실버 젤라틴 인화를 만들려면 수년간의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50년 이상 제 사진과 여러 다른 사진작가들의 필름을 인화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능숙해져서 복잡한 생각 없이도 프린트할 수 있습니다. 프린트에 대한 실용적인 팁을 많이 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암실에서의 시간이 구조적 단순함을 이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Q : 당신의 사진들을 보면 강한 빛의 대비를 피하고 날씨 조건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듯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A :흥미롭고 변화하는 조명 조건에 끌립니다. 빛은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거나 윤곽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물론, 주어진 광선을 최대한 활용해 최선을 다해 촬영합니다. “Nil satis nisi optimum” - 최선이 아니면 충분하지 않다는 말처럼. 선택할 수 있다면 안개나 눈, 구름 등 무엇이든 드러내기보다는 가리기만 하는 날씨 조건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여름보다 겨울에 촬영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밤에는 많은 빛의 출처에서 오는 빛을 활용해 자주 촬영합니다. 직접적인 햇빛은 스포트라이트처럼 보여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진가는 밝은 빛에 끌리고 다른 사진가들은 그림자에 끌립니다. 각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집니다. 맞고 틀린 방식은 없습니다.
Q : 디지털 사진과 인스타그램 같은 생동감 넘치는 사진 스타일이 지난 20년 동안 인기를 끌었지만, 당신은 일관되게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방법을 고수하나요?
A :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꼭 그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수년간 초기 촬영부터 최종 인화까지 긴 시간 동안 예측할 수 없고 아날로그적인 과정을 즐겨왔으며, 앞으로도 이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계속 고수할 생각입니다. 디지털 사진은 물론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빠르고, 즉각적이며, 세밀하고 쉽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작업을 해서 이미지를 멋지게 만들 수 있는 앱이 천 가지도 넘습니다. 그로 인해 결과물은 멋진 품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작업으로 만든 실버 젤라틴 인화를 사랑합니다. 각 인화는 노출, 대비, 버닝과 닷징, 화학적 현상, 톤 조정, 세심한 손 수정에 따라 독특합니다. 이미지는 표면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은 염료에 내장되어 있어 3차원처럼 보입니다. 고급 실버 젤라틴 인화는 보석처럼 보입니다. 각자의 취향이 있겠죠! 아마 나이가 더 들면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때까지는 지금 제가 하는 일에서 매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주제를 촬영할 계획이신가요?
A : 오래된 친구와 대화하는 것은 편하고 위로가 됩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매력적이죠.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촬영한 장소를 다시 방문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도 만족할 것입니다. (사진은) 그 어떤 것도 똑같지 않기 때문이죠. 헤라클리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듯, 물은 변하고 우리도 변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항상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장소, 새로운 나라에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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