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네거티브 필름(Color Negative Film)
1. Ektar 100
Ektar는 2008년 하반기, 필름의 황혼기에 새롭게 발표된 필름이다. 나는 2011년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이 필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필름이 나의 풍경사진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말해야겠다. Ektar는 슬라이드 필름 만큼 강렬한 발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이내믹 레인지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넓다. 폭포나 강을 촬영할 때 매우 좋은데 녹색과 빨간색의 발색이 매우 훌륭하여 주변에 무성한 나뭇잎을 잘 처리하고, 슬라이드 필름이 물을 너무 밝거나 어둡게 표현하는 것과는 다르게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로 인해 적절한 밝기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다이내믹 레인지가 좋더라도 되도록이면 GND 필터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노출을 중간톤 영역으로 몰아 넣으면 가장 정확한 색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컬러 네거티브 필름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과다 노출은 권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GND 필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필름의 미친듯이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가 명부의 모든 디테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에서 Ektar의 놀라운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의 가장 어두운 암부에서부터 달의 명부까지 모든 디테일이 살아있다. 수면의 반사와 하늘 밝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2스탑 GND 필터를 사용했지만, 여전히 달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Ektar가 처음부터 모든 사람의 찬사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현상소에서 받은 스캔 결과물을 보고 녹색과 붉은색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어 부자연스러운 느낌 때문에 이 필름을 좋아하지 않게 된 사람들도 많다. 또는 인물을 촬영했을 때, 마치 토마토처럼 피부색이 나온다고 하여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확실히 이 필름은 스캔한 다음 디지털 이미지 편집 할 때 다른 필름보다는 더 정성을 쏟아야한다. 나도 처음 몇 롤 정도는 시큰둥했지만 점차 Ektar가 빛을 발하는 순간을 알게 되었으며, 촬영 한 다음 어떻게 이미지 편집을 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쌓이게 되자 가장 자주 사용하는 필름 중 하나가 되었다.
다른 컬러 네거티브 필름의 특성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노출을 준 부분은 색상의 채도가 낮아지고, 노출이 부족한 부분은 색상의 채도는 높아진다. 이러한 성질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되, 노출 부족한 영역은 지나치게 채도가 높아지고, 디테일이 손실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컬러 네거티브 필름의 경우 프린팅 또는 스캔 중에 원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색조를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워밍 필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장면 전체가 너무 파랗게 보이는 경우가 아닌 이상, 스캔하면서 필터를 사용했는지 아닌지 구분하지도 못할 것이다. 아래는 Ektar를 사용하기에 좋은 상황 몇 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1) 장면의 대비가 지나치게 클 경우 : 미묘한 질감과 빛의 대비를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2) 채도의 미묘한 변화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 : 특히 빨간색과 암부에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색들이 나올 수 있다.
3) 대비가 너무 높아서 슬라이드 필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경우 : 프레임 안에 태양이 있는 역광 장면, 숲 속의 장면 등
예전에는 Ektar가 프로페셔널 제품군 중에 유독 가격이 저렴하여 가성비가 훌륭했으나, 이제는 상당히 비싸졌다. 2023년 현재 35mm 부터 120, 대형 시트 필름까지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다.
2. Portra160
Portra는 미묘한 색채를 다룰 때 최고의 선택이다. 색상을 부드럽게 표현하며, 톤의 디테일, 다이내믹 레인지는 Ektar 보다 훨씬 우수하다. 다른 필름과는 다른 방식으로 명부를 처리하는데, 일반적으로 약간 노출 오버로 촬영했을 때에도 괜찮게 나온다.
Portra160은 예를 들어 위의 사진과 같이 밝고 햇빛이 비치는 눈 덮인 장면 등, 다소 특수한 상황에서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원할 때에도 유용하다. 이 필름도 컬러 네거티브 필름이기 때문에 범용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며 노출에 따라 결과물은 크게 달라지는데, 특유의 낮은 채도와 과도한 노출에도 잘 버텨주는 명부 때문에 지저분한 컬러 캐스트 없이 눈의 순수한 흰 색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이 필름을 사용하여 설경(雪景)을 찍을 때에는 걱정 없이 노출을 충분히 더해주어도 된다.
채도와 대비가 높은 풍경사진을 찍을 때 Portra160을 먼저 고려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풍경사진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약간이라도 노출이 부족하면 암부에 채도가 높아지니 유의하자. 위의 사진은 보라색 색조가 나오길 원했기 때문에 수평선 바로 위 의 가장 밝은을 측광하여 노출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어두워질 수록 채도가 증가하면서 멀리 있는 암부와 나무 전체에 걸쳐 좋은 디테일을 얻을 수 있었다. 다채로운 색상은 슬라이드 필름에 가까워 보인다. 첫번째 사진과 두번째 사진을 비교해보면, 사진가의 의도와 노출 선택에 따라 필름이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노출 설정을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진이 주는 느낌을 실제로 바꿀 수 있으며, 전체 디테일을 원본 네거티브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Portra160은 표현의 선택지가 많은 필름이다.
Portra는 과거에 NC(자연스러운 색, Natural Color), VC(선명한 색, Vivid Color)의 두 가지 라인업으로 만들어졌으나, 이후에는 두 개의 라인업의 중간적인 성향으로 하나의 라인으로 통합하여 제조되었다. 과거의 Portra와 하나로 통합된 이후의 Portra는 비슷한 성향이긴 하나, 제조사의 설명대로 확실히 후에 나온 필름이 현상된 필름을 스캔하여 결과물을 만드는 데 더 적합하다. 실제로 스캔을 해보면, 과거 Portra 필름보다 더 정확한 색상이 나온다.
나는 콜로라도 주의 웰드 카운티 지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프로젝트를 통해 이 필름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부드러운 색상과 대비는 유류탱크, 장비, 펌프를 촬영하며 내가 원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러한 스타일로 촬영할 때 나는 실용감도를 100으로 설정하기 떄문에, 항상 최소한 2/3 스탑의 과다 노출을 유지하는 셈이다. 많은 장면에서 나는 암부에서 명부까지 부드러운 디테일을 표현하기 위해 1/3 에서 1스탑까지 노출을 더 주었다. Portra는 실제 과도한 노출에도 명부가 무너지지 않으며, 다른 필름과는 차별화된 명부 처리 능력과 아름다운 톤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3. Portra400
Portra160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박스 스피드가 더 빠르기 때문에, 핸드헬드로 촬영할 때 자주 사용하는 필름이다. 특히 내가 걸어다니면서 삼각대 없이 쉽게 촬영하기를 원할 때에는, 여러 장면에 사용해도 두루 문제가 없는 이 필름을 선택하는 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필름은 놀라울 정도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색상을 표현하는 필름이다. 채도를 부드럽게 하려면 노출을 약간 과도하게 설정하고, 풍부하고 화려한 색상을 원한다면 노출을 약간 부족하게 만들면 된다. Portra400은 Portra160보다 채도가 약간 더 높은 편이다. 나는 일반적인 목적의 필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박스 스피드인 400으로 촬영하는 편이다.
Portra400은 중형 판형으로만 사용했고, Portra160은 4X5로만 사용해봤기 때문에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Portra400의 입자감은 400 필름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립자이며, 훌륭하다. 거의 입자감이 눈에 띄지 않으며,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다. 스캔하여 디지털 이미지로 만드는 데에도 용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광에서 찍은 사진의 경우 특별히 보정을 하지 않아도 보기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 필름은 정말 놀라운 기술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으며, 사용하기에 매우 즐겁다.
Ektar와 마찬가지로 Portra160에도 워밍필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몇 번 시도해보긴 했지만, 스캔하여 색상을 수정하는 것과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Portra160과 Portra400은 현재 35mm에서 8X10까지 다양한 판형으로 판매중이다. 예전에는 중형판형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으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Fujifilm의 슬라이드 필름 만큼은 아니지만 시트 필름도 꽤 비싼 편이다.
4. Pro160NS
이 필름은 초록에 대한 모든 것이라 말해도 될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Kodak의 네거티브 필름은 붉은 색조가 도는 것에 비해, Fujifilm의 Pro160NS는 초록 색조가 돈다고 말하는데, 나도 이에 동의한다. 나는 몇 년전에 이 필름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아서 사용해보았는데, 이 필름이 풍경 사진에 얼마나 유용할 수 있는지 깨닫고는 놀랐다. Pro160NS는 특히 여름에, 푸르고 무성한 잎이 있는 장면을 촬영할 경우라면 매우 유용한 필름이다.
Portra와 마찬가지로 이 필름도 놀라운 다이내믹 레인지를 가지고 있지만, Portra에 비하면 좀 더 대비가 뚜렷하고 컬러풀한 편이다. 명부는 Portra에 비해 좀 더 쉽게 색을 잃게 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지나친 과다노출은 피하는 것이 좋다. 슬라이드 필름 만큼은 아니지만 장면의 컨트라스트를 잘 관찰한 다음에, 필요한 경우에는 GND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암부는 코닥의 필름보다는 덜 화려한 디테일과 풍부한 색상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안타깝게도 Pro160NS는 이제 단종되어 더 이상 구입할 수 없다. Fujifilm은 2016년 말 대형 시트 필름의 단종을 발표했으며, 중형 판형도 2021년경 단종되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필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못내 아쉽긴 하지만, 컬러 네거티브에는 Ektar와 Portra라는 훌륭한 대체제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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